어릴적 생각에 2020년이 되면 하늘에는 자동차가 날라다니고, 집안일은 로봇이 대신해주고, 화성에 소풍 가고 그럴거라 믿었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현실적 비전이 제시되고 있고, 집안일은 어렸을 때 생각했던 사람과 비슷한 모양의 그 '로봇'은 아니지만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의류관리는 스타일러와 건조기가 해주고 있다. 화성으로 떠나는 것도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엘론 머스크가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추진중이니 어렸을 때 꿈꾸었던 것들이 대부분 현실이 되었거나 곧 현실로 다가오는 듯 하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삼십여년 전 2020년을 꿈꾸던 때와 지금이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는 것은 '상상'과 '현실'의 차이일 수도 있고, 그 변화의 과정을 내가 오롯이 경험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세상이 바뀐 것만큼이나 그 때의 '나'와 비교해 지금의 '나'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보지는 않았다.

철학에 별 관심도 없던 내가 나이가 40이 가까워지니 공기처럼 의식하지 못하던 시간이라는 것이 궁금해져서 유튜브를 뒤져보았다. 물리학 전공자가 아니라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가지 기억에 남았던 것은 '시간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라는 시간의 방향성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서 '변화'가 없다면 해당 개체에 시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뒤 살아오면서 세상과 소통하며 증가시켰던 엔트로피들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될지 모르겠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레 회상할 과거가 많아지고 때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보통 과거의 기억은 추억보정이 되어 미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나는 과거의 나도 좋지만 지금 2020년의 내가 좋다. 슬프게도 젊음은 잃어가고 있지만 가능성만 존재하던 그 때에 비해 많은 것들이 구체화되고 자리가 잡힌 지금의 삶이 훨씬 만족스럽다. 어짜피 시간의 방향성은 정해져 있기에 앞으로 지천명, 이순의 나이가 되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죽을 때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게 이런게 아닐까 싶다. 그럴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좌표의 흐름 안에서 어떠한 변화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 찬찬히 생각해봐야겠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건강관리 밖에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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