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아이디와 비번을 잊어버려서 로그인을 하지 못해 한참을 버벅이다가 겨우 들어왔다. 블로그에 내가 썼던 글들을 보면,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서 기분이 참 좋다.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본 느낌이랄까? 

글을 읽을때면 늘 느끼는 바지만 좀 더 블로그에 기록을 많이 해두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속에 블로그에 글을 쓸 만큼의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버린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마음의 여유는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했을 때 예전과 비교해서 쉬는 시간의 절대적 길이가 짧아진 것은 아니지만, 쉬는 시간에 정말 마음편히 여유롭게 쉬지 못하는 듯 하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핸드폰만 들여다보는게 원인인가 싶어서 어렸을 때 로망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과 레이싱휠을 샀는데 사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은 컸지만 게임 자체는 내가 예상했던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사실 몇번 하지도 못했다.

아! 이런게 유부남의 삶인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은 내가 편하게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라는 것을 나 스스로 자기암시해서일까?

이유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힘들게 로그인 한 이유는 다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느낄 내 소소한 행복을 위해 또 올 한해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1. 올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많은 일들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 이사를 한거다. 전에 살던 신혼집은 새로 물건을 들여놔서 이사를 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4년의 시간동안 불어난 짐들을 옮기는 진짜 이사를 해보니 이것저것 신경을 쓸 곳이 참 많았다. 집 매매부터 시작해서 하자접수까지 하다보니 11월은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알아보고 결정하고 실행하고 하다보니, 이제 내가 나와 내 가족을 책임지는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한 집은 참 좋다. 거실은 티비도 없이 아들을 위한 운동장 시즌2가 되었고, 창고가 많아서 짐을 잘 정리해 놓았다. 또 미처 접하지 못했던 새 아파트의 신문물들이 소소한 편리함을 가져다 주고 있다. 여기가 우리 가족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길 바래본다.

 

2. 아들은 다행히 잘 크고 있다. 건강하게 잘 크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때 되면 남들 걸리는 것은 빠지지 않고 다 걸려서 소아과를 자주 드나든다. 항생제를 너무 많이 먹이는 것 같아 걱정도 된다. 봄에는 폐렴으로 처음으로 입원도 했었는데, 아이도 어른도 많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빠 엄마가 맞벌이라서 아들을 돌보는게 소홀해 잔병치레가 잦은 건 아닌지 자책이 많이 된다.

올해 봄부터 아들이 어린이집에 나가기 시작했다. 학부모가 된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걸 알게되었다. 내 자식이 다른 아이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은 부모의 작은 소망이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내 뜻대로 술술 풀리지는 않는 것 같다.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천천히 가르치며 기다려보려고 한다.

아들아! 친구들 그만 물어라.

3. 와이프가 내년부터 새로운 시작을 한다. 기대와 설레임 반 걱정 반인 것 같다. 도전은 앞에 뭐가 나올지 모르는 숲을 헤쳐나가는 일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든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꼭 목적지에 도달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4. 마일리지를 긁어모아 1년 전부터 예약한 여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4개의 큰 섬 중에 한번도 갈 기회가 없었던 북해도로 갔는데 여름과 북해도의 조합은 참 좋았다. 찌는듯한 우리나라를 벗어나 마주한 선선한 조금은 쌀쌀한 가을 느낌의 북해도는 훌륭한 피서모델임을 느꼈다.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살갑지 못한 아들이 다행이도 살가운 며느리를 만나서 엄마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와이프한테 참 고맙다. 아들이 비행기에서 계속 칭얼대서 고생한 것만 빼면 완벽한 여행이었다.


5. 학교 일은 하려고들면 끝이 없고 하지 않으려고 하면 안해도 큰 문제가 없는 일이 태반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내년에 와이프가 일을 시작하게 되면 가정 쪽으로 더 기울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강의는 이제 별 부담이 없지만, 연구 부분은 많이 아쉽다. 내가 직접 챙겼으면 일의 진척이 더 빨랐을텐데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인복이 있어서인지 유능한 대학원생이 들어와서 내가 생각한 많은 부분을 실현시켜 주고 있다. 지도교수로서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방임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중에 배우는 것도 많을거라 믿는다.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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