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블로그에 들렀다가 올해 업데이트가 하나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해가 바뀌기 전에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이제야 글을 쓴다.


올한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일들과 함께하며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새 올해의 끝자락이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여러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드는 것은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내게 2016년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아빠가 되었다. 

아기가 처음 태어나던 순간 그리고 아기가 내 손가락을 쥘 때 사실 실감이 안났다. 밥도 주고 기저귀 갈고 목욕도 시키면서 아이와 함께하는게 일상이 된 요즘에는 아이의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깔끔하던 집은 모든게 아기 위주로 바뀌었고 생활패턴도 완전히 달라졌다. 신경 쓸 것도 많고 몸도 힘들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퇴근 후 집에왔을 때 나를 보며 웃는 아이는 큰 기쁨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바른사람으로 잘 자라기만 한다면 더 바랄게 없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책임도 늘어가지만,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학교에 온지도 올해로 벌써 5년차가 되었다.

아기 덕분에 보직에서 물러날 수 있었지만 학과에서도 많은일들이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내년부터는 학과장도 해야하는데 연구할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이든다. 학교생활이 익숙해지다보니 나도 모르게 현실에 안주하려 하거나 타협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무슨일이든 타성에 젖으면 발전이 없는법인데, 처음의 열정을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


요즘 최순실때문에 나라가 많이 시끄럽다. 

국정농단, 비리, 부정부패 등이 총망라된 부끄러운 우리나라의 현주소이다. 파도파도 새로운게 나오니 놀라움에 대한 역치가 올라가게 된 것 같다. 이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 자주 드러날수록 그만큼 밝아지게 될 것이기에. 지금은 좀 더 나은 사회, 국가가 되는 과정 중에 성장통을 겪는 단계가 아닌가싶다. 올해부터 시행한 김영란법을 비롯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건강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우리 바램처럼 빠르진 않지만 사회는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내 아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쯤에는 경제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성숙한 우리나라가 되어있을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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