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꼭 연말이 되면 나도 모르게 블로그가 떠오른다.

'업데이트 해야되는데...'

올해도 2017년 마지막 날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블로그에 접속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1. 아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감사하다. 누워만 있던 아기가 뒤집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기고 이제는 뛰어다닌다. 덕분에 아래집에서 층간소음에 주의해달라는 연락도 받고 거실을 매트로 도배를 했다. 신혼집 인테리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맘때쯤의 조카는 딸이라서 그런지 차분히 앉아서 놀았던 것 같은데, 우리 아들은 잠시도 쉬지를 않는다. 잠깐 한눈을 팔면 변기물을 손으로 휘젖고 그 손가락을 빨고 있고, 칼을 들고 있고, 식탁 위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식탁은 그래서 거실에서 치워버렸다. 밥도 주방에서 서서 먹지만 나를 보고 웃으며 품에 안기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다. 육아로 몸이 고되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는 힘들어졌지만, 아들이 내 삶에 함께해줘서 참 감사하다.

 

2. 2년전 건강검진에서 혈중지질농도가 위험수준이 나왔는데, 그즈음 많이 먹었던 아이스크림 때문일거라 생각하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달전에는 면역력이 심하게 떨어진 사람이 걸린다는 대상포진으로 고생했고, 올해 있었던 검진결과 고지혈증은 그대로 위험수준이고 혈당은 IFG 상태인데다가 혈압까지 높게 나왔다. 내가 강의시간에 수없이 얘기했던 성인병 친구들인데, 내 몸이 성인병 초기단계라니... 아는게 많으니 그만큼 걱정도 많아지고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예후가 좋지 않겠다는 생각에 건강을 챙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상 나는 젊다고 생각해서 건강관리는 남의 일처럼 생각했었는데, 나도 어느새 관리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나보다. 요즘, 스마트밴드도 차고 날마다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건강을 고를텐데, 그동안 내 건강을 챙기는데 너무 소홀했었던 것 같다.

 

3. 매년 관성적으로 연구재단에 냈었던 연구계획서가 이번에 덜컥 선정되었다. '설마 되겠어'라는 생각에 아이디어만으로 작성했던 계획서가 선정되고 나니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다. 지금껏 쭉 대학원생이 있다가 올해 처음으로 대학원생을 못받았는데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과제가 되서 난감했다. 연구비 쓰는 것도 서류작업할게 많은데, 혼자서 해야하니 일만 늘어난 느낌이다. 급한데로 학부생으로 팀을 꾸려 랩을 운영해 나가고는 있는데, 생각처럼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 내가 직접 실험해야 되는데 강의도 많고, 학과장을 맡아 행정일로도 시간을 많이 뺏기고 있다. 두 달 정도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래도 내년에는 대학원생이 들어오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

 

4. 여름에 싱가폴에 다녀왔다. 아기가 생기고나서 한동안 해외에 나가지 못했는데, 티비에 나오는 여행프로그램을 보다가 싱가폴이 휴가지로 급 결정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싱가폴의 이미지는 강력한 법규와 준법정신이 투철한 시민의 모습들 이었는데, 그 곳도 사람사는 곳이라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싱가폴은 도시국가이다보니 도시 전체가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특히, 마천루의 야경은 홍콩이나 상해보다 더 아름다웠다. 마리나베이 수영장 물에 몸 담그고 바라봐서 보정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 여행코드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고 와이프는 새로운 것을 보고, 먹고, 경험하며 그 나라를 느끼는 것인데, 싱가폴은 우리 부부의 서로다른 여행코드를 모두 만족시켜주었다. 여행이 좋은 것은 짧은 시간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이제는 얼마남지 않은 30대의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보다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감사해야 할 일들, 사람들이 너무 많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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