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오기전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있었는데,
지금은 벌써 여기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나를 보게 된다.

한국 사람이 거의 없다고 들어서 거의 혼자 생활 할 줄 알았는데,
룸메이트인 민이형이나 영욱이 종민이랑 자주 어울려 지내다보니 가끔은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Tokyo에서 소주 마시면서 얘기하고 있을 때는 정말 한국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날 믿고 지원해주신 전훈 교수님 덕에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안한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별다른 트러블 없이 무사히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와서도 분야가 완전히 달라서 헤매고 있는 나를 이면희 교수님께서 잘 이끌어 주시고 있다.
전화 통화에서 들었던 느낌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내가 본받고 싶은 PI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실험이나 연구를 employee로서가 아니라 co-worker로서 자기일처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얼마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실적도 많이 내서 서로가 윈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랩에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Sarah도 참 nice한 아줌마다.
인종차별도 없고, 친절하고, 날 많이 도와줄려고 애쓴다.
겉치레의 친절함은 모든 미국 사람들에게서 보이지만, Sarah에게서는 마음에서 나오는 친절함이 보인다.
내가 2번이나 payment가 딜레이 되는 것을 보고 경제적으로 자기가 도와준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제 겨우 한달정도 본 낯선 이방인한테 가정이 있는 미국 아줌마가 그런 얘기를 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온지 한달도 안됬지만, 이제 실험실에 가면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이것저것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을 정도는 됬고,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벌써 서너가지는 된다.
리뷰논문도 하나 작성중이고. 뭐 물론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놓는 거지만.
내가 했던 분야가 아니다 보니,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해서 사실 쉽지는 않다.

미국에 오기전에는, 2년동안 죽었다고 생각하고 논문만 많이 써서 교수잡을 잡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논문도 많이 써야겠지만,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정말 science라는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포닥이 필수라고 해서 정말 하기싫은 것 마지 못해 하자는 마음가짐 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만약 포닥과정 없이 교수가 되었다면 정말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영어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대로 2년이 지나도 지금 영어 쓰는 것과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대충 알아듣고, 대충 짧게 말하기는 지금도 대충 한다.
그런데, native처럼은 아니더라도, 자기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려고 하다보면, 자꾸 머리에서 막힌다.
단어가 생각이 안나고, 문법도 틀리고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다.
듣기도 사람마다 말하는게 천차만별이다 보니 쉽지가 않다.
다행히 Sarah는 사투리도 안쓰고 발음도 좋아서 영어로 대화하기에는 좋은 상대다.
발음 교정도 해주고 ㅎㅎ sheet를 shit로 발음했더니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Sarah가 가르쳐준 표현들을 정리해 놓고는 있는데, 앞으로 공부하면서 많이 써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영욱이 가게에서 일하는 Alex한테 are u 100% positive? 써먹었다.
이 표현은 많이 써봐서 안 잊어버릴 것 같다.

지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은 그린비리 축제가 있어서 돌아댕기고, 영욱이 가게에서 일 도와주고,
밤에는 볼링치고, 아이스크림 먹고 집에와서 샤워하고 이걸 쓰고 있다.
몸이 노곤하다.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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