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박사학위를 받고, 포닥 준비를 시작했는데 주변에 포닥 관련해서 조언을 얻을 사람도 많지 않았고 많은 부분을 내 스스로 해야했기에, 나와같이 비빌 언덕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포닥 지원 관련하여 그간 주워들은 정보와 자료들을 공유하려 한다.

사실 박사학위 과정을 들어가기 전부터 학위 받고 포닥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졸업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포닥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족을 달자면 여기서 말하는 포닥은 국외포닥이다)

* 지원부터 offer를 받고 비행기 타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사람마다, 지원하는 실험실마다, 행정직원 처리속도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걸린다. 길게는 1년이상. 따라서 졸업하고 시간 공백없이 바로 포닥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처럼 졸업하고 알아보면 그냥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훅 지나가니 꼭 미리미리 준비하고 컨택을 해야한다. 밑에 지원서류 얘기를 할텐데 저 서류 만드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졸업 1년전에는 포닥 준비를 시작하는게 좋다. 사실 나는 졸업하고 같은랩에 6개월 정도 있어야 될 사정이 있어서 좀 나태했던 것도 있다.

* 포닥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가 왜 포닥을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확실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이 현실적인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 다만,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는 것은 아니다 싶다.
그리고 자기가 포닥 과정중에 하고 싶은 테마를 정해야 한다.
포닥은 박사 후 연수과정이다. 박사 때 했던 일을 포닥 때도 똑같이 하면 본인의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지원할 때 똑같은 분야로 지원하면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한다. 안가르쳐도 되고 바로 부려먹을수 있으니까. 포닥이 원래 그런것이기에.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테마를 찾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완전히 새로운 공부를 하는게 본인한테도 힘들고, 잘 뽑아주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포닥 공고를 보면 무슨무슨 경험있는 사람 이렇게 뽑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것은 반 정도 자기 분야와 오버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실험방법은 비슷한데 연구주제가 다르다던가, 연구주제는 비슷한데 다른 실험방법으로 접근한다던가 뭐 이런 것들.
혹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라 할지라도 자신이 했던 것과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걸 그쪽 PI한테 이해시킬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요즘 융합학문이 대세라던데...

* 뭐부터 준비해야 하나
포닥 지원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크게 3가지이다.
1. cover letter
2. CV (curriculum vitae)
3. reference


커버레터는 메일을 보낼 때 본문이 되는 것을 말한다. '나는 누구고 내가 왜 당신 실험실에 관심이 있고 내가 가면 이런저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말을 쓰는거다. CV는 별거 없고 그냥 이력서라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레퍼런스는 보통 커버레터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를 추천해줄 수 있는 사람들 (주로 교수)을 말한다.
사실 포닥 지원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저 서류에 달려있다. 그쪽에서 나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니까 말이지. 그래서 얘네들 만드는데 상당히 공을 드려야 한다. 이거 대충 쓰고 여기저기 지원해 봐야 답장 안오는 경우가 많다. 간혹 포닥 지원하는 사람들 중에 '나는 100군데 지원했는데 한군데서도 연락이 안와요 ㅠㅠ' 이러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대부분 저 서류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

* cover letter 왜 중요한가?
지원서류 3개 중에 자기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커버레터 뿐이다. 이력서에 쓸 수 있는 내용이야 이미 정해져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고, 추천인도 마찬가지고. 따라서 포닥 지원 당락은 커버레터의 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해 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보통 첨에 커버레터 쓸려면 막막하다. 뭐 써봤어야 말이지. 그래서 자연히 인터넷 뒤적 거리게 되고, 남이 써놓은 그럴듯한 커버레터를 몇개 건지게 된다. 근데 문제는 걔네 커버레터가 이름 바꾼다고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공도 다르고 했던 일도 다르고 하고 싶은 일도 다르고, 결국 그 커버레터에 자신의 내용을 바꿔넣으면 누더기 커버레터가 된다. 내가 누더기 커버레터로 20개 정도 보내 봤는데 답장은 한군데서도 안왔다. 커버레터를 정성들여서 다시 쓴 다음에 30군데 정도 지원했는데 6 곳에서 추천서 요청이 왔고 그 가운데 4 곳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이런말 하기 부끄럽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논문 실적이 많이 뒤쳐지는데도 이정도 반응이 나온 것은 커버레터 덕인 것 같다. 실제로 전화 인터뷰에서 한 PI는 한국에서 보내는 커버레터는 무슨 form이 있는 것처럼 다 똑같다면서, 논문 실적은 부족하지만 커버레터가 좋아서 나를 1순위로 생각한다고 했었다. 펀딩도 작고, 너무 부려먹을거 같아서 거긴 안갔지만 -_-;

* cover letter 잘 쓰는 방법
남들이 써놓은 커버레터는 참고만 하고, 자기 자신만의 커버레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게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좋은 방법은 구글링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람이 써놓은 것 말고 외국애들이 쓴 커버레터를 많이 읽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고쳐나가다 보면 나만의 커버레터가 만들어진다. 
커버레터를 쓸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은, 내가 학위과정 중에 훌륭한 일을 하였고 당신이 날 뽑으면 이득이라는 것을 느끼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이 겸손하게 '나는 비록 부족하지만 당신한테 지도를 받으면 영광일 것이다' 이런식으로 많이 쓰는데 이건 PI한테 자신을 무능하게 봐주세요 하는거랑 같다. 자기 피알은 확실히 하는게 중요하다. 없는 얘기 지어서 하라는 말은 아니고...
커버레터의 문장 구성은 자유지만, 나같은 경우는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썼다.
나는 당신 연구실에 지원한 누구누구다. -> 나는 박사 때 이러저러한 연구를 했다. -> 나는 이런쪽 분야에 괸심이 많고 내 final goal은 뭐다. -> 당신 분야는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이고, 당신 연구실에 내가 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 나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한다. 그러니까 나 써주면 좋겠다. -> 추천서는 요청시 언제든 가능하다.

<이건 내가 쓴 커버레터>

cover letter.pdf


<이건 내 CV>

CV.pdf


지원서류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tip을 하나 덧붙이자면, 위에 말한 3가지는 필수요소이고, 부가적으로 자신의 학위과정 때 했던 연구를 개략적으로 보여주는 학위논문 abstract를 pdf로 만들어서 첨부하는 것도 좋고, 자기가 거기 가서 어떠한 연구를 하고 싶은지 제안하는 research proposal 같은 것도 작성해서 첨부하면 반응이 바로바로 온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볼 때 지원자가 자기 연구에 research proposal까지 써서 보내주면 성의를 봐서라도 답장은 온다. 답장이 펀딩 없다는 소리라도 -_-;;
마지막으로 커버레터나 프로포잘 같은 경우 당연히!! 지원시마다 새롭게 작성해서 보내야 한다. 루틴한 폼으로 성의없이 여기저기 찌르는 것보다 한 두군데 보내더라도 정성들여 그 랩에 맞게 재작성해서 보내는게 훨씬 가능성이 높다. 이것도 몇번 해보면 금방금방 하게 된다.

<이건 내 프로포잘>

Research proposal.pdf


커버레터, CV, 프로포잘에서 내 정보는 다 삭제하였다. 부끄러워서. ^^//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지네. 본격적인 포닥 지원 방법은 다음 포스팅으로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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